[인천게릴라뉴스=박봉민 기자] 집합건물의 공용부분 관리에 관한 의결권 행사에 있어 구분소유자의 명시적 의사 표현이 없을 경우, 점유자가 그 의결권을 대신해 행사할 수 있으며 이때에 구분소유자의 별도 위임절차는 필요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와 주목된다.

집합건물에서 영업하는 소상인 A씨는 <인천게릴라뉴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집합건물은 공동주택과 달리 관리비는 입주자들이 내는데 그 집행에 관한 결정은 구분소유자들이 한다"며 "돈의 주권을 침해받고 있다. 임차기간 동안, 임차료를 내고 있는 계약기간 동안은 당연히 점유자도 구분소유자와 동일한 권리로써 관리비의 집행과 공용부분 관리에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예전에는 집행 내역에 대한 열람조차 되지 않았는데, 현재는 열람은 가능하다. 하지만, 그 역시도 강제성은 없어 관리단에서 보여주지 않으면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는 "관리인 선임 및 해임, 공용부분의 관리 등 집합건물법에 구분소유자로부터 점유를 승낙받은 점유자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는 경우, 법률에 의하여 당연 위임되므로 위임장이 필요 없다"고 밝혔다.

인천시의 한 관계자는 <인천게릴라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관리단 집회 전에 구분소유자가 서류로써 ‘자신이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명시적 의사표현이 없는 경우 임차인(점유자)이 의결권을 가지게 되며, 이 경우 법에서 정하고 있으므로 별도의 위임장은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의결권 행사를 통해 관리비의 집행 등에 대해 감시·감독 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그 법적 근거로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6조(공용부분의 관리) 제2항, 제24조(관리인의 선임 등) 제4항, 제26조의2(회계감사) 제2항, 제26조의4(관리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제5항을 제시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6월 시와 각 군·구 집합건물 업무 담당자들과 관련한 교육을 완료했고, 그 내용을 각 집합건물 관리단에 안내했다"고 밝혔다.

▲ 자료사진. 인천시는 집합건물 분쟁 예방을 위한 목적으로 지난 5월, 전문가 지원단을 발족했다. 사진은 발대식 후 기념촬영 모습. (사진제공=인천시)

시 설명과 달리 현장에선 점유자 배척…관할 구청은 현황 파악 조차 안돼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는 이러한 사실들이 잘 안내되고 반영되는 지는 의문이다.

A씨는 "인천에서는 아마도 저희 매장이 있는 지역이 집합건물의 규모와 구성이 가장 크고 잘 되어 있을 것이다"라며 "그런데 이 지역 집합건물 상인들은 그러한 안내를 받은 바 없고, 관리단에서 역시 위임장이 없으면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실무를 담당하는 구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인천지역 한 구청 관계자는 <인천게릴라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교육 사실 및 안내 여부" 등을 묻는 질문에 "담당자가 2명이다. 공문이 있는 것은 확인되지만, 나는 전달 받거나 교육받은 바 없고, 다른 담당자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관할 지역의 집합건물 현황"을 묻는 질문에는 "워낙 많아 정확한 개수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혀 구청이 업무를 해태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관리자급 또다른 관계자는 "교육을 받은 사실은 있고, 민원이 들어오면 그 내용대로 안내하고 있다"며 "구분소유자의 명시적 의사표현이 없으면 점유자에게 의결권이 있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한편, 관리비 집행 내역에 대해 점유자에게 열람권이 있지만 강제조항이 아닌 권고조항으로 관리단에서 이를 거부하더라도 제재할 수 없는 것은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6조(관리인의 보고의무 등) 제2항에서는 "이해관계인은 관리인에게 제1항에 따른 보고 자료의 열람을 청구하거나 자기 비용으로 등본의 교부를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했지만, 이를 거부할 시 과태료 등 제재할 수단이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A씨는 "구분소유자의 권리 행사 및 위임 여부 등과 무관하게 점유자 역시 동등한 권한을 갖도록 명문화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며 "열람에 있어서도 강제규정을 두어 실제 관리비를 내는 점유자가 자신이 낸 관리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국회에 관련한 법률 개정안이 계류 중인 것으로 안다. 국회의원들이 정말 소상공인을 걱정한다면 하루 빨리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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