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한효순은 시인이자 화가이며 사회복지사이다. 그녀에게 삶은 곧 예술이다. <사진=최도범 기자>

산다는 것은 ‘사르는 것’이다. 지극하고 지극한 바람이 쌓여 일생이 되는 시간동안 소녀는 여인에서 할머니가 되었고 나누는 삶이 어느 듯 예술이 되어 남았다.

예순을 훌쩍 넘긴 시인은 화가가 되어 돌아왔다.

그녀는 ‘태화복지재단 인천기독교사회복지관 관장’이라는 명함으로 세상에 알려져 있다. 1992년부터 2011년까지 20년의 시간동안 한효순은 인천기독교사회복지관장으로 봉직하며 두 차례에 걸친 보건복지부 장관상 수상(1999년, 2003년)과 2009년 ‘제2회 한맥사회복지사 지역복지 분야 대상’ 수상 등으로 나누며 살아온 그동안의 삶이 헛되지 않았음을 사회로부터 인정 받았다.

지천명(知天命)을 넘기고서 그녀는 학창시절부터 시작했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한다. 한효순은 그동안 3권의 시집(그런 사람 있습니까?, 산등성이에 걸린 추억, 햇살을 찾아 하늘 오르며)을 낸 시인이다.

그녀의 시에는 ‘일상의 평범함’이 담겨 있다. 그래서 그녀 자신은 자신의 시를 “삶”이라 한다.

시가 삶이 된 그때, 그녀는 또 하나의 소망을 품는다. “내 눈에 담긴 세상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보자”

작은 바람은 어느새 ‘화가(畵家)’라는 꿈으로 다가 왔다.

어린 시절 ‘넌 그림에 소질이 없어’라는 핀잔에 포기했던, 그러나 늘 마음속에 품어 온 그 기억이 노년의 꿈이 되었다.

“어릴 적 그림은 나를 표현하는 유일한 도구였어요. 하지만 소질이 없다는 주위의 말에 이내 포기했고 그 후 ‘진짜 나’를 세상에 드러내는 유일한 도구는 시였죠. 그리지 못하는 내게 ‘쓴다’는 것은 자유였어요.”

‘그리기’와 ‘쓰기’. 그녀가 꿈꾼 완전한 자유가 완성되려는 때에 시련은 찾아왔다.

‘위암’.

위와 장을 잘라낸 대수술, 힘들게 버텨 낸 시간 후로 그녀의 삶에 ‘죽음’이라는 동행자가 늘 붙어 걷기 시작했다.

“삶이 곧 예술이고, 예술이 곧 사랑이에요. 지금부터의 나의 삶은 ‘죽음’이라는 친구와 손잡고 가야하는 ‘덤’이에요. 이제 나의 삶이 보다 오롯이 완전하길 바라요. 그래서 나는 이제 진짜 ‘예술’을 해보려 해요.”

한 차례 큰 병마와 싸운 그녀의 삶에는 늘 죽음이 동행한다. 그래서 예술은 그녀에게 곧 삶이다. <사진=최도범 기자>

‘완전한 삶’을 위한 방법으로 그녀가 택한 것은 ‘예술’이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생명에 내가 ‘완전한 삶’을 살길 바라는 그 분의 뜻이 함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분은 말씀하셨죠.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리하면 찾아낼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 구하는 이마다 받을 것이요 찾는 이는 찾아낼 것이요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니라.(마태복음 7장 7~8절)’. 그래서 나는 지금 온 열정과 온 힘으로 그 분께 구하고, 찾고, 두드리는 것이에요.”

그녀는 지금 매 순간순간 마지막인 듯 치열하게, 또한 처음인 듯 순수하게 삶을 살아내고 있다. 언젠가 삶이 끝나는 날, 그녀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즐거운 소풍을 끝낸 소녀’로 떠나길 기도한다.

우리는 각자의 삶에서 서로의 인연에 따라 스치며 어느 순간 만날지도 모른다. 굳이 만나지 않는다 해도 같은 시간,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음이 곧 인연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어느 순간 문득, 시인 한효순‧화가 한효순을 만나고 싶어진다면 2016년 4월 13일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인사동의 ‘갤러리 라메르’를 찾아오라. 한효순은 그날, 그곳에서 “덤으로 얻은 삶”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를 소재로 한 유화작품과 시로 이야기 한다.

화가 한효순의 작품 ‘어디쯤 일까?’. <작품제공=한효순/사진=최도범>

최시온 기자  ingnews@ing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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