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개항장의 옛 모습. 인천개항박물관 전시 모형. <사진=최도범 기자>

[인천게릴라뉴스=박봉민 기자] 인천(仁川)은 500년 은둔의 나라 ‘조선(朝鮮)’이 세계와 처음 만난 곳이다.

1876년 2월 27일, ‘조일수호조규(朝日修好條規, 일명 강화도조약)’을 통해 일본과 근대 국제법 상의 조약을 처음 맺은 조선은 1882년 5월 22일, 미국과의 ‘조미수호통상조약(朝美修好通常條約)’ 체결을 시작으로 서구 열강을 향해 굳게 닫힌 문을 연다.

이후 ‘세상 만물이 건넌다’는 인천 제물포(濟物浦)는 조선과 세계를 잇는 통로가 된다.

그로부터 13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인천은 대한민국의 관문으로써의 역할을 묵묵히 감당하고 있다.

인천제물포의 옛 모습. 이곳에서 500년 은둔의 나라 ‘조선’은 처음 세계와 만났다. 인천개항박물관 전시 모형. <사진=최도범 기자>

인천 중구 개항장 지구에서는 그 역사의 흔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도권 지하철 경인선 마지막 역인 인천역에 내려 개항장지구로 가는 길에는 한국 짜장면의 역사가 시작된 ‘차이나타운’이 있다. 짜장면의 대중화에 앞장섰던 옛 공화춘 자리에 들어선 짜장면박물관과 중국 웨이하이(威海)시가 기증한 패루(중화가)를 지나 만나는 곳은 개항의 역사가 생생히 살아 있는 청·일 조계지이다.

인천 속의 세계…조계지

공자상을 바라보고 왼쪽이 청나라, 오른쪽이 일본의 조계지였다. 공자상으로 오르는 계단의 양옆으로 장식된 중국풍과 일본풍의 석등이 당시의 경계를 증거하고 있다.

이곳 청·일 조계지는 1883년 조성돼 1910년 경술국치(한일병탄)로 폐쇄될 때까지 운영된다.

폐쇄 이후 청·일 조계지는 일본 상인들의 주거지로 바뀌며 조선인들을 ‘홍예문’ 밖으로 쫒아낸다. 이후 이곳은 일본의 조선 수탈 본거지로써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각국 조계석. <사진=최도범 기자>

청·일 조계지를 뒤로하고 중국문화체험관을 지나면 인천시 지정 유형문화재 제7호인 옛 일본 제1은행 인천지점 건물을 그대로 활용한 인천개항박물관에서 개항이후 근대 인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곳을 나와 바로 옆에는 옛 일본 제18은행(인천시 지정 유형문화재 제50호) 자리에 위치한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이 보인다. 여기에서는 개항기 인천의 모습과 현존하는 근대건축물 및 소실된 근대 건축물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외국인 사교클럽인 ‘제물포구락부’. <사진=최도범 기자>

앞선 두 곳에서 개항 이후 근대 인천의 모습을 봤다면 인천아트플랫폼에서는 오늘날 인천 문화의 현 주소와 만난다. 이곳에서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시각예술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와 연구자들이 창작과 연구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인천 문화의 융성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인천아트플랫폼은 옛 일본우선주식회사(인천시 등록문화재 제248호)를 비롯한 근대 개항기 건물과 1930~40년대에 건설된 건축물을 리모델링해 활용함으로써 역사성과 예술성을 더했다는 평가다.

인천에서 교류한 세계…제물포구락부

이제 옛 일본영사관 자리에 위치한 인천시 중구청을 지나 인천시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인천시역사자료관을 지나면 인천시 지정 유형문화제 제17호인 ‘옛 제물포구락부’와 마주한다.

‘제물포구락부’는 1884년 10월 3일 조선과 각각 대표들이 체결한 ‘인천 제물포 각 국 조계장정’에 따라 조계 당사자 공동의 이익 추구와 조정을 위해 1889년 3월에 설치된 자치회의에 해당하는 신동공사의 회관으로 1901년 6월 22일에 개관했다.

조계제도의 폐지로 기능을 상실할 때까지 제물포구락부는 아주 중요한 외교 장소로써 격동의 역사를 함께했다.

6·25 한국전쟁의 전세를 단 번에 뒤바꾼 인천상륙작전의 주역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동상(인천 자유공원 內). <사진=최도범 기자>

‘옛 제물포구락부’를 나오면 바로 마주하는 곳이 인천 자유공원이다.

인천의 ‘탑골공원’으로 불리는 이 곳에서는 6·25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전세를 역전 시킨 맥아더 장군의 동상과 ‘조미수호통상조약(朝美修好通常條約)’ 체결 100주년을 기념해 건립된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탑’을 볼 수 있다.

자유공원을 내려와 해안의 조계지와 내륙을 연결하는 응봉산 마루턱의 무지개를 닮은 모양의 홍예문(虹霓門)을 지나면 우리나라 최초의 성공회 교회인 내동교회와 ‘한국 개신교회의 어머니’라 불리는 우리나라 최초의 개신교회인 내리교회, 그리고 인천 최초의 천주교회인 답동성당과 만난다.

구세주의 복음을 통한 ‘구원’을 전하다…성공회 내동교회·개신교 내리교회·천주교 답동성당

현실이 절망적인 이 땅에 구세주의 복음을 통한 ‘구원’을 전하고자 했던 이들 교회는 한국 기독교사에 크나큰 족적을 남긴다.

무엇보다 신앙의 자유를 향한 초기 기독교인들의 투쟁은 오늘날 종교의 자유는 물론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고비마다 정신적 지주로 사람들을 지탱해 오고 있다.

인천 중구 개항장 거리의 현재 모습. <사진=최도범 기자>

답동성당까지의 여정이 끝났다면 신포국제시장에 잠시 들러 휴식을 취한 후 신포패션문화의 거리를 지나 옛 세창양행사옥터와 혜명단청박물관, 한국근대문학관 등을 둘러보고 패루(인화문)을 거쳐 옛 영국영사관터(현재 파라다이스호텔 인천)을 지나 인천역에서 인천 개항장 여행은 마침표를 찍는다.

인천 개항장에서 격변의 시대, 역사의 소용돌이를 오롯이 마주했던 우리 선조들의 숨결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인천 최초의 천주교회인 ‘답동성당’. <사진=최도범 기자>

박봉민 기자  ingnews@ing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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