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최도범 발행인 / 정리=박봉민 기자] 자신의 진로를 바꾸고 새로운 도전의 길을 개척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특히 특정한 전문가의 길을 걷던 한 가장에게 보장되지 않은 길을 그것도 아내에게 동행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은 그리 쉽게 볼 수 있는 사례가 아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하는 이 사람은 음악 외길 20년을 과감히 접고 새로운 호기심의 세상인 커피의 세계에 자신과 더불어 아내와의 동행을 통해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쉽게 보기 힘든 사람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이름은 DANNY LEE(데니 리). 올해 48세이다.

▲ 바리스타 ‘DANNY LEE’. <사진=박근원 기자>

▣ 커피와 함께하게 된 인연은?

☞ 작곡자로의 생활을 20여 년간 해 오며 평소 커피를 즐겨마셨고 각기 매장마다 커피 맛의 차이가 나는데 대해 호기심이 많았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커피와의 만남이 심도 있는 공부의 시간을 더해 갈수록 매력의 깊이는 더해갔고 결국 작곡자 생활 이외에는 다른 직업군을 쳐다본 적도 없던 나에게 작곡의 시간을 줄여가며 커피에 대한 공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국에서 1년 정도의 커피 공부는 나를 더욱더 호기심 속에 가뒀고 아내와의 상의를 통해 뉴질랜드에서 6년간 커피에 대한 공부의 시간을 갖게 되며 비로소 커피 문화와 더불어 이를 마시는 사회에 대한 정서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가 시작됐다.

▣ 우리의 전통적인 차문화를 넘어 커피가 국내 현대사회에 자리 잡게 된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 한국의 커피문화는 과거 6.25 전쟁 당시 미군과 유엔군에 의해 실질적인 쓴물과 단물로 소개되며 다방 문화를 주도할 정도의 인기를 누렸지만 실제 커피 문화는 90년대 말에 들어서며 도입기를 맞았다고 봐야할 것이다.

다방 문화가 아니라 커피 전문점의 형태로 시작된 원두커피가 그 시작이며 이후 적도를 중심으로 한 커피 벨트 지역의 국가에서 생산된 커피 생두가 국내에 들어오며 원산지의 고유 맛을 살린 다양한 커피 메뉴가 소개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커피 문화의 한국 정착은 커피의 기호가 정착하기에 앞서 커피 전문점 브랜드 마케팅에 의해 속도감 있는 정착이 이뤄졌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견해일 것이다.

어떤 대표적인 브랜드의 커피 전문점은 서울이나 대도시 또는 인지도 높은 상권에 자리 잡고 회사 로고나 심벌이 박힌 일회용 테이크아웃 용기에 커피를 담아 로고를 보이며 마시는 문화를 주도했다.

이는 나를 다른 사람들과의 차별화를 강조하고 싶은 심리를 이용한 것으로 고객은 차원이 다른 커피를 마시며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퀄리티 있는 문화생활을 누리며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세상을 접하고 있다는 자만감을 부추겼다.

다시 말해 80년대 운동화의 브랜드 마케팅 성공 전략과 유사하게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에 이어진 커피 전문점의 마케팅은 대형 매장과 고가 정책의 차별적인 마케팅을 정착시켰으며 유사 커피 브랜드의 양산을 부추켜 대중화를 주도하는 등 전통차와의 경쟁에서 앞서는 결과를 가져왔다.

▲ 불량 원두선별작업 모습. <사진=박근원 기자>

▣ 커피를 주문하는 고객들을 보며 커피에 대한 현대인들의 기호는 어떠한가?

☞ 뉴질랜드로 나가기 전인 8년여 전만해도 겨울엔 따뜻한 커피에 여름엔 시원한 커피 그리고 얼마나 달게하는 가에 대한 기호가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향과 고유 원두의 단맛, 쓴맛, 신맛, 짠맛 등 다양한 기호에 따라 메뉴가 개발도 되있지만 이를 찾는 매니아 층이 두터워 졌음을 실감한다.

또 앞에서 말한 커피 생산 벨트 지역의 국가들가운데 한국에서는 케냐와 에디오피아가 대표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으며 특히, 콜롬비아산은 이들 가운데 대표적인 생산 국가이며 한국에 가장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다.

이유로는 콜롬비아에서 좋은 품질의 커피를 저렴하게 들여와 대량 공급하며 급속히 퍼지게 된 대표적인 생산국이기 때문이다. 또한 과테말라 등이 한국에서 대중적인 커피를 공급하는 네 개의 대표적인 나라로 구분된다.

이외에도 10여개 정도의 국가들이 대표적인 커피 생산국가들 인데 이들 국가에 대한 맛의 차이를 알고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 커피를 로스팅 중인 ‘DANNY LEE’. <사진=박근원 기자>

▣ 커피 맛의 차이는 어디에 있는가?

☞ 기본적으로 커피는 열매로 따서 속 씨앗을 추출해 말린 것이 생두로 불리며 생산지별로 수분 함량의 차이를 통해 구분된 생두는 시간이나 온도의 차이를 두고 로스팅(수분을 더하지 않고 가열하는 방식) 공정에 들어가며 이때 로스팅된 생두를 원두라고 부른다. 일반적인 생두는 기본적으로 200도 전후에서 약 20분간 로스팅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원두는 20그램 정도 용기에 담아 에스프레소 기계에 넣어 고온고압으로 추출해 나온 원액을 기호에 따라 물을 첨가하거나 라떼 또는 원액 그대로 마시게 된다.

이 과정에 일반 사람들은 에스프레소의 경우 쓴맛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이는 원액 추출 방식에 따라 다른 것으로 단맛, 쓴맛, 신맛, 짠맛 등 다양한 고유의 맛을 낼 수 있는 만큼 추출 방식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자격증 천국으로 자격증을 주기위해 매뉴얼을 만들어 획일적인 추출 방식을 적용해 대체적으로 쓴맛을 보인다. 이로 인해 생산지별 고유의 커피를 맛보기는 전문점이라고 해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 커피를 맛있게 마시거나 가정에서 맛있는 커피를 만들 tip이 있다면?

☞ 사람들마다 입맛이 다른데 획일적인 입맛에 대한 커피는 믹스가 가장 정확할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를 마시고자 한다면 찾아간 커피 전문점이 취급하는 원두와 원액 추출 방식을 물어봐야 내가 원하는 고유의 맛있는 커피를 주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절차를 거치기보다는 먼저 고객이 원하는 커피 맛을 바리스타에게 말하고 주문에서 도움을 받는 다면 가장 맛있는 나만의 커피를 마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정에서 커피 머신이나 핸드드립을 이용해 마실 경우 보통은 맹물이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사실은 문제가 없다. 진짜 중요한 것은 평소 즐기는 추출액의 농도를 맞추는 것이다.

만약 쓰거나 진한 맛이 나면 뜨거운 물을 타고 밍밍하면 좀 더 우려내는 센스를 더한다면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

▲ 불량 원두선별작업 모습. <사진=박근원 기자>

▣ ‘DANNY LEE’의 커피 사업은?

☞ 나는 지금 인천의 제물포 인근에서 MONO 커피전문점으로 작은 매장을 운영해가며 나만의 커피 세계를 이해하는 사람들과 함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조만간 오픈하는 5호점과 더불어 공동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나는 일반적으로 가맹비를 받는 사업적 프랜차이즈는 지양하고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커피에 대한 열정을 태우고자 내가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공급하고 내가 원하는 추출 방식을 통해 가장 기계에 최적화된 고급의 커피를 고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바로 이 나만의 고집에 대해 이해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MONO 커피 전문점의 식구들이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 커피는 사실 3D직종이라 할 만큼 많은 공정으로 태어나는 음료이다. 그러므로 커피에 너무 많은 로맨스와 낭만만을 담을 것보다는 음료 고유의 커피 맛에 의미를 두고 맛으로 평가됐으면 하는 것이 우리들의 바람이다.

▲ 커피를 로스팅 중인 ‘DANNY LEE’. <사진=박근원 기자>

최도범 기자  ingnews@ing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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