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도범 발행인

“그 옛날 고구려의 왕자 비류가 이 곳 문학산 일대에 나라의 도읍을 정하였으니 그것이 곧 미추홀국으로 인천사의 남상(시작)이다. 그러나 삼국사기에 이르기를 ‘미추홀 땅은 햇살이 맑고 훤히 트여 아름다웠으나 물이 짜서 고심하였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당시 백성들이 즐겨 마셨다는 백제 우물이 오늘까지 전하니 또한 상서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 유적이자 면면한 인천 역사의 청량한 맥을 이어주는 이 우물이 다시금 천년, 만년을 흘러넘치기를 기원하며 이 비를 세운다.”

이 글은 인천 연수구 청학동에 1999년 12얼 20일 세워진 ‘백제우물터 기념비’에 새겨진 글귀입니다. 삼국사기와 동국여지승람, 세종실록지리지, 동사강목, 인천지지를 글의 근거로 밝힌 이 비는 인천시문화상 수상자 이형석박사의 상금헌납과 토지소유자 최흥식씨, 연수구 등의 도움으로 세워졌다고 알려집니다.

이 백제우물터가 말하는 것은 지금의 인천이 미추홀로 불리 울 당시에 고대 국가 백제의 시작이자 중심이었으며 해항 도시국가의 출현을 알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추홀에 자리 잡은 비류 왕자는 왜? 미추홀에 자리를 잡았을까요? 고구려에서 어머니인 소서노와 바닷길로 남하했다는 주장과는 달리 백제본기 이설(異說)에는 패수(예성강)와 대수(임진강)를 건너서(‘渡浿帶二水’) 미추홀에 정착하였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는 황해도를 지났다는 것으로 비류가 내륙을 지나오며 경기도 등 임진강과 한강 등 정주 여건이 발달한 내륙행을 하지 않고 해안가인 미추홀로 왔는가 하는 데에 의문이 생기는 대목입니다.

9세기, 동서로마제국의 분열과 멸망이 가져온 지중해의 붕괴로 신흥 사라센 제국의 영행을 받은 유럽은 중세 암흑기로 접어들 무렵 동아시아권에는 페르시아와 아라비아로 이어지는 인도양과 황해, 동남아시아의 동아지중해가 세계사의 중심무대로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한반도에서 이시기는 통일신라시대로 ‘해상왕 장보고’가 당(唐) 제국을 등에 업고 해상무역을 펼치며 동아지중해를 세계사에 세우던 시기로 그 중심에 황해(서해)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황해의 뱃길을 여는 한반도의 황해도와 충청도 사이의 경기만은 중국, 남만주, 한반도, 일본열도를 잇는 황해 연근해 항로, 그리고 한반도 중부와 산동반도를 연결하는 황해 중부횡단 항로와 만나는 해양교통의 십자로인 동시에 한반도 내륙으로 물류를 운송하는 거점 지역입니다.

다시 말해 미추홀이 해항 도시의 지리적 조건을 갖췄으며 내륙과 해양 물류의 거점으로 알맞은 지리적 요충지였기에 고대시대 압록강 중류와 혼강 유역에 터전을 잡고 수상활동을 활발히 해온 졸본 부여 출신의 비류와 그의 어머니인 소서노로서는 미추홀이 가지고 있는 그 지리적 중요성을 한눈에 알아보았을 것이란 생각입니다.

또한 미추홀은 지금의 시흥을 지나 광명을 거쳐 서울의 강남 지역으로 이어지는 통행로가 발달해 있어 내륙으로의 물류와 문화적 소통이 유리한 지리적 이점을 가지고 있어 경기만의 가장 발달한 거점 도시였다는 주장들이 지금도 힘을 받고 있습니다.

인천은 과거의 리아시스식의 해안 지형을 정책적으로 매립해 땅을 넓히고 지형을 단순화 시키며 이렇게 조성된 대지에 국제도시와 국제공항, 국제항만, 등 물류의 도시 기반을 세웠습니다.

아울러, 이를 기초로 1992년 중국과의 정식 수교로 열린 대중 무역의 그 중심에서 송도국제도시와 경제 특구, 국제적인 교통 인프라와 수도권의 경제 인프라를 중심으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글로벌 도시로의 계속되는 성장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2000여 년 전 미추홀에 천년제국의 꿈을 세웠던 비류 왕자, 비운으로 그 꿈을 이루지 못한 미추홀에 오늘에야 인천이란 이름으로 백제의 꿈을 새로이 쓰고자 부활의 신호탄이 올랐다는 것입니다.

어떤 글에서 읽은 기억으로는 역사는 과거의 중요한 기억으로 찬란한 영광과 실패를 환기시키는 활동사진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우리 삶을 규정하는 틀과 방식을 찾아내는 생명이기에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인천은 과거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지리적 이점과 역사적 기억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의 중심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으며 최근 들어 인천은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지속적으로 경제적 성장에 이어 인구 유입으로 ‘서인부대’의 제2의 도시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남과 북의 화해 분위기를 넘어 종전선언을 예고하는 평화 분위기 확산의 이 시기에 인천은 남과 북의 지리적 특성 상 강화에서 개성으로의 육로와 인천항에서 북측 남포항으로의 해상 교역의 중심이로 자리하며 남과 북의 국제공항으로의 역할까지 함께하는 평화도시로의 그 기능을 이제는 발할 때가 된 것입니다.

두 차례의 연평해전과 천안함 사건에 연평도 포격 등 휴전 이후 남과 북의 최대 교전으로 가장 위협스러운 분위기의 인천 앞바다 서해 5도가 이제는 평화의 상징이자 남과 북의 공동 성장 교류 도시로의 역할을 통해 환태평양 시대 국제도시로의 천년제국 만들기가 시작됐다는 것입니다.

단순하게 비류국이나 비류 백제로 폄하돼 역사의 귀퉁이 기억으로 남은 인천이 이제는 미추홀 백제의 시작과 더불어 동아지중해의 중심에선 글로벌 도시로의 성장에 인천 시민의 역사 의식과 정치인들의 기획 경제를 위한 공의의 합의가 가장 중시되는 시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천년을 흐르는 물로 지켜온 백제우물터는 미추홀 백제의 완성을 기다리는 비류의 마음이라고 하겠습니다.

= 인천게릴라뉴스 발행인 최도범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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