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재울역 외부 출구 전경. <사진=최도범 기자>

[인천게릴라뉴스=최도범 기자] 인천광역시 서구 가좌동에는 가재울역(–驛)이라 불리는 인천 도시철도 2호선의 전철역이 있다. 지하 3층 규모의 지하역사인 가재울역은 출구가 4곳으로 2면 2선의 상대식 승강장에 스크린도어가 설치, 상향으로는 가좌역에서 하향으로는 주안국가산단역으로 이어지는 역사이다.

인천 서구 가좌동에 위치해 있는 가재울역(–驛)은 가좌동의 옛 지명을 따서 만든 역명으로 이름에는 재미있는 사연을 가지고 있다.

가재울이란 지명은 대표적으로 서울의 서대문구와 은편구, 강동구 등에 있던 옛지명으로 가재가 많고 마을을 둘러싼 산세가 좋다 고해서 가재울로 불리어졌다는 일화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서대문구의 가재울은 한자음으로 가좌리(加佐里)라고 표기하게 된 것을 이유로 지금은 가좌동으로 변경되고 인구가 늘어나며 남가좌와 북가좌로 나뉘었다고 한다.

▲ 가재울역 역사 내부 전경. <사진=최도범 기자>

이와 같은 사례로 인천의 가재울도 지금의 가좌동으로 표기되고 불리며 기억에서 잊혀지는 듯 했으나 지난 2016년 인천도시철도 2호선의 역명을 통해 가재울의 이름이 비로소 다시 세상에 드러내게 됐다.

여기서 ‘가재울’이란 옛지명과 관련해 한글학회가 펴낸 한국땅이름 큰사전에서는 ‘가재울이 가재가 많고 산이 둘러쌓았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이곳에는 맑은 냇가가 있었으며 가재가 많이 살았고 시내 아래쪽에는 냇물이 들지 않아 마른 건지에서도 큰 가재가 나왔다는 설이 구비전승 되고 있다.

아울러 지리적으로 과거에 서쪽은 소염도가 썰물에 나타나는 해안가에 남으로는 함봉산이 동으로는 선포산이 그리고 북으로는 원적산이 감싸 안은 나지막한 산세로 둘러싸인 마을이라는 점에선 큰사전의 주장이 맞다.

이에 대해 일부 한글학회와 인천대 김병욱 명예교수는 한글을 한자로 표기하며 나타난 모순적 해석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가’ 또는 ‘갖’은 ‘가장자리’로 동구 송림동과 마주한 300M해협인 보도진 해협에 막힌 육지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가장자리 마을’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진실이 어디에 있는지는 좀 더 확인해야할 것 같다.

▲ 가재울역 열우물 십정 경기장 전경. <사진=최도범 기자>

2호선 도시철도 역사 ‘가재울 역’

가재울역은 인천도시철도 55개 역명가운데 유일하게 순 우리말 역사 이름을 갖고 있는 곳으로 서울 가좌동 등 유사한 이름으로 인해 인천가좌역이라는 명칭이 붙은 것과는 달리 가재울역은 전국에 인천선에만 있는 고유 역사 이름으로 가재울 지명이 많은 것에 비해 앞에 인천을 빼고 ‘가재울역’ 이라고 역명을 붙이게 됐다.

가재울역 인근에는 한국수출산업 제5.6차 국가산업단지와 인천아시안게임 열우물 경기장, 가좌완충녹지공원, 가정여자중학교, 가좌4동 주민센터와 더불어 약 7개 군의 아파트단지가 있으며 인천의 대표적인 인천축산물시장이 인접해 있어 많은 시민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인천축산물 시장은 과거 어렵던 시절에 서민들의 허기와 막걸리를 찾는 주당들의 허름한 주머니를 달래주던 선술집들이 즐비했으며 당시에 이곳에는 신선한 내장 메뉴들이 인기를 누리며 한 시대를 풍미했었다.

지금은 현대화에 밀려 그 자취를 많이 감추거나 이주해야 했지만 여전히 이곳의 발길은 서민들이 적은 돈으로 고기거리를 찾아 헤매는 발길이 여전하다.

특히, 인근의 국가산단에서 일이 끝나고 나온 노동자들에게 이곳은 하나의 성지이자 하루를 마감하는 휴식처로 애용되어 왔지만 시대의 흐름을 연상하게 하는 추억들은 이제 그 자취를 감추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 곳이기도 하다.

▲ 가재울역 지상의 공원 산책로. <사진=최도범 기자>

백범과의 만남

가재울역 인근 국가 산단과 축산시장을 가로지는 대로는 백범 김구 선생과 인천과의 인연을 기억하고자 인천의 동과 서를 가로지르는 대로에 김구 선생의 호를 붙였다. 바로 백범로이다.

1896년 명성황후 시해사건으로 분개한 김구가 일본군 중위 쓰치다를 살해한 ‘치하포 사건’으로 인천 감옥에 있으며 불굴의 민족 지도자로 성장하는 바탕에 인천과의 조우가 있었으며 탈옥에 이어 이름을 김구로 개명을 권유한 인천민족지사 유완무와의 인연 등은 인천과의 깊은 인연인 것이다.

이러한 김구와의 인연을 소중히 간직한 인천은 김구의 호를 달아 동구에서 서구 그리고 남동구에 잇는 총연장 10.9km의 도로를 백범로로 명했으며 이 도로 또한 인천이자 과거 산업시대를 이끌던 70~80년대의 대한민국 산업의 중심이던 국가산단을 가로지르며 인천과의 연을 잇고 있는데 바로 그 연결고리에 가재울역이 함께하고 있다.

▲ 가좌동 인천축산유통의 거리. <사진=최도범 기자>

가재울의 먹거리

가재울역의 3번 입구로 나오면 약 150m 앞에 주유소를 끼고 우측으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각종 수입 고기와 부산물을 유통하는 대형 유통 매장들이 늘어서 있으며 축산물 백화점들이 있다.

이곳의 특징은 일단 고기값이 저렴하며 모임이나 야유회를 준비하는 직장인들에겐 더없는 절약 센스를 제공하며 추가로 고기 부산물은 서비스로 얹어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예전과 같이 식당을 찾아 헤맨다면 예전의 전성시대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백범로로 들어서면 과거 도살장으로 불리던 축산시장에는 여전히 전성기를 구가하는 유통 시장이 줄을 서며 손님들을 불러 세우고 간과 천엽, 족발을 무기로 장착한 손님 구애는 여전히 그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시간이 멈춘 이 곳 가재울에는 가재를 기다리는 소년의 마음이었던 가장자리의 소외된 서민의 마음이었건 이는 중요치 않다. 단지 중요한 것은 한 집안의 가장으로 일터에서 최선을 다하고 해지는 석양에 가족들을 위해 고기 한 근 끊어가는 우리 내 가장의 마음은 여전히 이 자리에 함께 있다.

▲ 가재울역 인근의 가좌 완충녹지 공원의 무인 도서관. <사진=최도범 기자>

최도범 기자  ingnews@ing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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