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군묘지’ 인근은 각종 개발로 인해 그 흔적마저 찾아보기 힘들다. <사진=최도범 기자>

[인천게릴라뉴스=최도범 기자] 1953년 7월 27일 월요일 날씨는 맑았다. 이날은 민족 분단의 전쟁 6.25가 발발한지 1129일차로 지난 일요일을 기점으로 전 전선이 소강 들어간 지 이틀째다.

전날인 26일 오후 6시 50분 항공편으로 서울에 도착한 클라크 유엔사령관이 “한국의 휴전은 항구적 세계평화의 발단이 될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한지 만 하루만인 오후 10시, 한반도 전 전선에 전투가 중지됐다.

이날 이승만 대통령이 휴전 조인 성명을 발표하며 밝힌 “통일목표는 기어이 성취되고야 말 것”이라고 강조한 것과는 달리 63년이 지난 현재까지 통일의 꿈은 아직 진행 중이다.

이 전쟁으로 전사한 영웅들은 서울 현충원에 모셔지며 지금까지 우리들의 순국선열들로 기억되고 우리들의 자랑이자 아픔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인천을 연고지로 전쟁에 나아가 순국한 전몰장병 261주의 영령이 인천 해광사에 안치됐다가 1954년 10월 30일 인천고등학교 학생들의 손에 의해 현재의 인천광역시 남구 도화동 국군묘지에 안치됐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사진 속 학교 뒤편이 옛 ‘인천국군묘지 터’이다. <사진=최도범 기자>

국립 서울현충원 이장 후 뒷동산으로 방치

당시의 도화동 국군묘지는 지난 1968년 김수언(金秀彦) 대위를 앞세운 379명의 영령들을 지금의 서울 현충원으로 모시며 사실상 동네의 뒷동산으로 방치됐었다.

방치된 뒷동산에는 도화동에 선인재단을 만든 백인엽 장군 일가들의 학원가 조성사업과 더불어 1973년, 당시 아시아 제일의 규모로 맘모스 체육관이 묘지터에 들어섰고 인근 부지는 이후에 서화 초등학교가 들어서며 현재는 형체를 확인할 길이 없다.

하지만 인천은 국군묘지 대신에 1972년 8월 15일 현재 수봉공원 정상의 자리에 높이 20.15m, 기단 5.45m, 탑신 14.7m의 현충탑을 세워 전몰장병의 넋을 기리며 국가 보훈처 지정의 현충 시설로 등재했다.

국군묘지의 이장 이후 방치된 사실에 대해 뒤 늦게 사실을 접한 인천 논현중학교 오정훈 교사는 “비록 과거의 사실이자 기억이지만 나라의 운명을 가른 전쟁에서 죽음을 초개로 여긴 선열들의 흔적에 대해 우리가 무심했다”며 “ 비록 국군묘지가 흔적을 찾기는 어렵더라도 그 자리에 기념석을 세워 후손들에게 귀감을 세워야 한다”고 말하며 하늘을 바라봤다.

우리에게는 잊지 말아야 할 역사가 있다. <사진=최도범 기자>

잊혀진 기억, 잊지 말아야 할 역사

한편, 당시에 인천 국군묘지 위에 세웠던 맘모스 체육관은 아시아 최대의 위용을 떨치며 권투와 프로 레슬링 등 국민의 사랑을 받았는가 하면 시설이 낙후되며 인천체육고등학교 시설로 사용되어 오다 지난 2013년 폭파 방식으로 해체됐다.

지금은 인천시가 이 자리에 도화지구로 공동주택을 건립 중이며 뒷동산의 기억은 완전 평탄 작업을 통해 옛 기억을 지웠다.

아울러, 인천의 현충탑은 현재까지 인천의 대소사와 정치적 행사 및 기념일에 제를 올리며 매년 6월 6일 현충일 추모 행사가 열리고 있다.

또한, 현충탑 건립 이후 인천시는 이 공원에 인천 지구 전적 기념비와 재일 학도 의용군 참전 기념비를 세워 대표적인 인천의 충의 공원으로 관리하고 있다.

최도범 기자  ingnews@ing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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