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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의 편지] 1950 월미도, '희생'인가? '학살'인가?

[인천게릴라뉴스=최도범 기자] 올해는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69주기를 맞이하는 해입니다.

한국 전쟁은 어느덧 많은 국민들에게 아픔의 기억보다는 교육으로 접한 역사가 되어 가고 있으며 올해는 당시를 주제로 한 드라마나 영화가 개봉하지도 않은 한해가 되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우리는 전쟁에서 발생한 국민의 죽음에 대해 ‘희생’과 ‘학살’이라는 문구를 정확한 어휘를 잊은 채 개념 없이 사용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학살’은 ‘가혹하게 마구 죽이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 ‘희생’은 ‘일정한 목적을 위해 자신의 생명이나 이익을 포기하는 행위’로 명확하게 구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전쟁과 관련해 민간 희생에 대한 포럼이나 행사 등에서 ‘학살’과 ‘희생’을 혼돈한 채 자극적인 용어로 학살이라는 단어를 마구잡이식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희생’과 ‘학살’에는 이와 같은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전쟁 당시에 인천상륙작전으로 인해 몰살당한 원주민에 대해 우리는 ‘희생’과 ‘학살’ 사이에서 신중하지 못한 단어 선택으로 피해 당사자와 유족들에게 또 다른 피해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봅니다.

가해자를 질타하기위해서는 ‘학살’이라는 단어가 자극적이겠지만 피해자의 죽음이 작전을 승리로 이끄는 밑받침이 된 이 경우에는 어떠한 목적일지라도 ‘학살’이라는 무작위의 죽음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분명히 다시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보통 우리는 학살당한 죽음에 대해서는 위로의 표현을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희생당한 죽음에 대해서는 고귀함으로 넋을 기리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이러한 표현의 차이는 주검 당사자와 유족들에게 많은 차이로 다가갈 것입니다.

미군폭격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월미도 원주민들을 위해 지난 4월 인천시의회가 생활 안정지원 조례를 통과 시키며 보수진영과 진보진영 사이에 논란이 일었습니다.

논란이 일어난 시간대에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이제 와서 보상한다는 조례라고 한다면 임진왜란 당시에 죽어간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보상을 해야 한다’는 정치계의 비아냥거림이 인터넷을 달구었습니다.

이때 여기저기 이를 보도하는 언론에서 민간 ‘희생’과 ‘학살’이라는 용어들이 혼돈된 가운데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월미도 희생주민들은 전쟁에 의한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집과 땅이 국가로 인해 징발당하고 전쟁이 끝이 난 이후에도 미군과 해군부대가 번갈아 들어서며 돌아가지 못한 실향민들이란 자신들의 처지를 호소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소원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란 것입니다.

일반적인 피난민들은 돌아갈 집과 땅이 있었지만 이들은 돌아갈 고향땅을 국가에 빼앗겼고 생활의 터전을 잃은 이들은 온 가족이 흩어진 채 지금껏 귀향의 날만을 기다려 온 실향민들입니다.

더욱이 이들은 인천상륙작전이란 승전의 신화라는 그림자 속에 죽어간 가족들에 대한 눈물을 속으로 흘려야 했던 우리들의 어머니이자 아버지이고 이웃인 것입니다.

이러한 피해자들에게 인천시는 피해자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조금이나마 생활 정착의 도움을 주고자 생활안정 자금을 귀향하는 날까지 지원한다는 조례를 만들었건만 이것은 정치계에 의해 전쟁피해 보상이라는 색깔론 싸움으로 번지는 해프닝까지 낳았습니다.

정치계가 지자체 조례에 대한 사전 조사나 인식 없이 벌인 결과는 국민들 사이에서도 ‘희생’과 ‘학살’이라는 혼돈을 낳았고 위로 받아야 할 상처난 국민의 가슴에 정치인들은 소금을 뿌리는 악순환을 계속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천시는 지난 4월 행안부로부터 제의 요구를 받아 파기되고 다시 수정된 ‘인천시 과거사 피해주민의 생활안정지원 조례(안)’이 다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월미도의 희생은 우리가 안고 보듬어야할 아픔이고 우리가 기억해야할 역사입니다.

또한, 69년 전 전쟁의 피해를 공유하는 국민으로서 월미도 주민의 고결한 희생을 다시 한 번 우리는 마음속에 간직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어느 날 젊은 여성이 혼자 진행하는 동영상에서 인천상륙작전 피해와 임진왜란을 비교하는 멘트를 들은 월미도 피해 주민 대표 할머니가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최기자 학살은 우리 희생자 가족들이 국가나 미군에게 쓰는 말이고 희생은 당신들이 전쟁의 승리로 이 세상을 맞이한 지금 우리에게 써야할 말이 아닌가?”라고 물으셨습니다.

최도범 기자  ingnews@ing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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