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미도 희생자를 위한 분향에서 원주민 희생자 가족 할머니가 오열하고 있다.<사진=최도범 기자>

월미도의 절규

김용수(시인, 월미도 귀향대책위원)

저기 월미바다 거센 물살들을 보아라

뒤틀리고 맴돌다 홀로 우는 물살의 노래를 들어 보아라

한마디 경고 방송도 없이 미군의 상륙작전 포탄에 개주검이 되어

아직도 구천을 떠도는 혼백들이 노을로 타는 서녘,

피맺힌 저 저녘 하늘을 보아라

무지와 이념의 노예들이 저지른 야만성에 이를 가는

성난 파도의 저 흰 이빨을 보아라

아, 우리 그동안 얼마를 못 본 체 하고 살아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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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수복과 자유를 위한 희생’이라는 미명하에

인생이 온통 고사당한 월미도 희생자 유족이여!

힘 가진 자들 앞에서 기죽고 기만당하고 살아온 세월,

월미산 떠날 듯 울부짖는 봄 꿩소리는 울 아비의 절규요

봄마다 붉게 피어나는 월미산 진달래는 울 어미의 피눈물인 것을,

저기 저, 안으로 안으로만 파고드는 제물포의 물살들은

대해(大海)로 흘러가지 못한 내 형제의 넋인 것을,

아, 우리 그동안 얼마를 외면하고 여기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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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한 혼령이시여!

조상 대대로 평화롭게 살던 이곳 월미도에

결코 포탄으로 날려 보낼 수 없는 우리의 기억과 아픔,

눈물과 분노는 여전히 우리 유족의 가슴에 잉걸불로 활활 타고 있는데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 경제대국 10위의 나라,

민주화를 경인한 자랑스럽다는 대한민국이

우리 부모형제의 개주검을 이토록 외면하고 있는 현실을 두고

이제 그만 잊으시라 말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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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원통하고 원통한 부모형제여!

님들의 죽음이 우리 후손으로 이어지는

이 분통의 시간, 오욕과 침묵의 역사를 어찌 감히 잊으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까!

정의와 진실이 속절없이 파묻히고 조상 대대로 일궈온 땅을

68년 째 내쫓아버리고 외면하는 국가는 더 이상 국가가 아닙니다.

다만, 이 땅에 정의와 진실의 역사가 바로 서는 그날까지

저희 후손들에게 용기주시고 지켜 보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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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내 부모, 형제의 주검 헛되어

이대로 사위어가는 것 더 이상 바라볼 수 없다

어서 우리 부끄러운 삶에 종지부를 찍고

삶보다 더 가치 있는 죽음을 찾아 나서자

살아 받은 멸시와 외면을 불씨로 삼아

참고 참고 살아온 통공의 세월에 불을 놓자

가면의 얼굴과 왜곡된 역사 모두 불을 질러

식은 잿더미 속에서 내 부모형제의 사리를 찾아

월미산 정상에 제단을 지어 어서 빨리 봉안하자

우리 피붙이들 이 월미산 자락에 다시 모여

밤하늘의 달빛의 축복을 다시 누릴 수 있게 하자

2018. 9. 9

▲ 제68주기 (제12회) 인천상륙작전 원주민 희생자 위령제에서 유주희 전통춤 연구보존회에서 희생자 넋을 기리는 살풀이를 공연하고 있다.<사진=최도범 기자>

[인천게릴라뉴스=최도범 기자] 1/5000이라는 불가능한 확률의 작전이자 7만여 병력이 투입되지만 실제 작전인 '인천상륙작전'.

이 같은 역사적 작전이 성공하기에는 17명의 비밀 결사대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이 지난 2016년 제작된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재조명되며 일명 ‘엑스레이 작전’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인천상륙작전’의 또 다른 성공 신화로 세계 위인 34위에 들어가는 맥아더 장군의 가장 큰 치적이지만 이보다 나라를 구하겠다는 17명의 결사대의 희생으로 적에게 상륙작전 지역을 원산과 월미도 가운데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작전 당일 팔미도의 등대를 밝히며 상륙 작전의 성공을 불러 온 역사적 사실이 이제야 세상에 드러난 것.

이제야 나라를 위해 목숨을 던진 진정한 영웅들이 우리들 곁으로 돌아 온 것이다.

하지만 이들 성공의 그림자 속엔 100여 명의 원주민의 속절없는 주검과 희생이 있었으며 한밤중 쏟아진 네이팜탄으로 인해 불바다의 지옥 속을 걸어간 월미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1919년 4월15일 일본군에 의해 경기도 화성시 제암리 교회에서 자행된 민간인 학살 사건, 1950년 7월 미군이 피난민을 모아 놓고 충북 영동군 노근리 경부선 철로 위에서 기관총으로 양민 200여 명을 학살한 노근리 사건, 미군정기부터 대한민국 정부에 이르기까지 7년간 제주 주민 2만5000~3만 여명이 희생당한 4.3 제주 사건 등은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민간 학살 사건들이다.

이들 민간 학살 사건들은 역사적으로 자 잘못이 가려지고 이들을 위한 대책이 세워지는가 하면 교과서 등에 표기돼 결코 있을 수 없는 사건들 후대에 기억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월미도 주민의 희생은 어디에도 문서화 되지 않았고 어디에도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처벌과 구제 등의 국가적 노력은 찾아 볼 수 없다.

분명코 광주항쟁의 희생에는 민주화란 결과가 있었고 광화문 촛불운동에는 문 정부 출범이라는 결과 평화적인 민주정착의 게기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들에 앞서 월미도 주민들의 희생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국가가 존재 할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분명코 잊어서는 아니 될 희생이 잊혀져가는 안타까움이 현실이 되고 있을 뿐이다.

▲ 박남춘 인천시장을 대신해 허종식 부시장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사진=최도범 기자>

한편, 68주기 인천상륙작전일 즈음에 오늘(13일) 월미공원 한켠에는 인천상륙작전으로 희생된 100여명의 주민들의 넋을 위로하는 위령제가 희생자들의 친구이자 동생이고 자식들인 가족들의 손에 의해 진행됐다.

이날 월미도원주민귀향대책위원회 한인덕 위원장은 추모사에서 “진정한 평화는 전쟁으로 인해 피해 받은 국민들의 피해가 보상되고 상처가 보듬어질 때 가능하다”며 “하루빨리 원주민들이 특별법이 통과돼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위령제 이후로 처음 현직 시장인 박남춘 인천광역시장을 대신해 허종식 정무 부시장이 참석, 추모사를 통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해 원주민들의 아픔을 함께 나눴다.

최도범 기자  ingnews@ing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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