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산(文鶴山)’은 그 형세가 “학이 날개를 펴고 앉은 것과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6·25 전쟁 직후 군 부대의 주둔과 함께 출입이 통제되었다가 지난 2015년 10월 15일, 53년 만에 개방됐다. <사진=최도범 기자>

[인천게릴라뉴스=박봉민 기자] ‘문학산(文鶴山)’은 “학이 날개를 펴고 앉은 것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인천의 주산인 문학산은 인천도호부청사의 남쪽에 위치했다 하여 ‘남산(南山)’이라고도 하고, 조선 초기 축조된 봉수대가 있어 그 모양이 마치 배꼽 같다고 하여 ‘배꼽산’이라고도 했다.

▲ 미추홀(彌鄒忽, 인천의 옛 이름)은 대제국 백제의 시작이다. 비류대왕의 꿈이 서린 문학산성이 그 옛날의 영광을 말하고 있다. <사진=최도범 기자>

그 옛날 소서노와 비류·온조 모자가 고구려에서 나와 처음 터전을 잡은 곳이자, 700년 백제의 역사가 시작된 황성(皇城)의 터이다.

문학산 정상에 테를 두른 듯한 모양으로 자리한 삼국시대 백제 산성인 ‘문학산성’은 토축의 내성이 100m, 석축의 외성이 200m 가량 되는 규모로 삼국사기(三國史記) 백제본기(百濟本紀)의 비류전승 기록에 따르면, “비류가 어머니 소서노를 모시고 아우(온조)와 그 무리들을 거느리고 패수(浿水)와 대수(帶水) 두 장을 건너 미추홀에 이르러 여기서 살게 되었다”라고 전한다. 온조전승의 기록에서도 비류가 미추홀에 터를 잡고 살았음은 기록으로 남아있다.

어느 기록을 믿던 적어도 미추홀이 비류의 황도(皇都)였음은 역사적 사실이다. 이는 인천이 2천년 전부터 민족 역사의 중심에 있었음을 증명한다.

특히,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비류가 도읍지로 정한 미추홀이 지금의 인천이라고 언급하며, 문학산 위에 비류성터가 있었고 성 안에 비류정(沸流井)이라는 우물이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고, ‘인천부읍지(仁川部邑誌)’에는 “미추왕릉(彌鄒王陵, 비류대왕릉)은 남산에 있는데, 부에서 2리쯤 떨어져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 근거가 문학산 8부 능선 즈음에 남은 산성의 흔적을 통해 확인된다.

천혜의 요새 ‘문학산’

예로부터 문학산은 천혜의 요새였다. 높이는 해발 213m로 그리 높지 않지만 정상에서 남쪽으로는 직선에 가까운 깎아지른 절벽으로 북쪽만을 막으면 수성이 가능한 형세이다.

그래서, 임진왜란 당시 조선은 문학산성을 수축하여 수도 한양의 방어에 나섰으며, 신미양요 당시에는 항전의 장소이기도 했다. 특히, 현대에 들어 6·25 전쟁 직후인 1950년대 말 문학산 일대가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되고 군부대가 주둔하는 등 문학산의 군사·지리적 중요성은 시간을 초월해 인정되고 있다.

▲ 문학산의 높이는 해발 213m로 그리 높지 않다. 쉼 없이 오른다면 30~40분 가량이면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곳곳에서 만나는 가파른 계단이 가끔 무겁게 다가온다. <사진=최도범 기자>

하지만, 이곳이 등반하기에는 그리 어렵지 않다.

지형적으로 불가능한 남쪽이 아닌 북쪽으로 정상을 따라 조성된 탐방로는 사람과 산의 심정적 거리를 가깝게 한다.

문학산을 정상까지 오르는 데는 초입으로부터 쉼 없이 30~40분이면 충분하다. 중간 중간 만나는 가파른 오르막과 암석이 때때로 숨차기는 하지만 잘 조성된 등반로가 고단함을 덜어준다.

▲ 문학산성 현황도. <사진=최도범 기자>

인천의 주산(主山)…문학산

문학산은 남구 문학동, 관교동, 학익동과 연수구 연수동, 청학동에 걸쳐 있으며 인천도호부청사의 안산(案山)으로 인천의 중심이다.

맑은 날 정상에서 바라보면, 멀리 서울의 남산과 인왕산, 북한산까지 보인다. 정상 서쪽 봉우리는 연경산, 동쪽 봉우리는 선유봉이라고 한다.

서쪽 사면에는 연경정이 있고, 북쪽 사면으로는 제2경인고속국도와 연결되며, 동쪽 사면은 문학종합경기장과 인접한다. 남쪽 사면은 군사지역으로 통제되었다 최근 일반에 공개돼 대표적인 문학산 등반 코스이다.

▲ 문학산은 50여년 간 군사기지로 활용되며 우리 민족의 아픈 현대사의 중심에 있었다. <사진=최도범 기자>

특히, 문학산은 356만 8364m²의 방대한 면적에 50년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채 보존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각종 도시개발로 본래의 모습과 멀어져 가는 인천에 허파이자 산소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문학산은 인천, 그 자체이다. 인천시는 문학산의 이러한 역사적, 군사적, 자연적 가치를 인정해 지난 1986년 12월 18일 ‘인천광역시 기념물 제1호’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인천 시민이라면 자연 그대로의 문학산에서 2천년의 역사와 마주해 보는 것은 어떨까?

▲ 문학산 정상에서 바라본 연수구 방향 도심 모습. <사진=최도범 기자>

박봉민 기자  ingnews@ingnews.kr

<저작권자 © 인천게릴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