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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의 편지] “무엇을 지켜, 무엇을 기억하려 합니까?”
▲ 최도범 발행인

[인천게릴라뉴스=최도범 발행인] ‘역사’란 기억입니다. 개인의 기억이 모여 일생이 되고, 공동체의 기억이 모여 역사가 됩니다. 그래서 기억은, 역사는 존재했음의 근거이며 정체성입니다.

이러한 역사를 기억하는 데는 각자의 방법과 기준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기록으로, 또 다른 누군가는 물건으로, 혹은 그 자리의 흔적으로 저마다의 역사를 기억합니다.

최근 인천에서는 이러한 역사를 기억할 수 있는 흔적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가며 시민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당시 세운 비누공장 애경사 건물이 얼마 전 철거돼 주차장이 들어서고 있고, 1973년 건립돼 박정희 유신독재 시절 인천지역 민주화운동의 중심이었던 인천가톨릭회관이 사라졌습니다.

시민들은 아쉬워했고, 그 아쉬움은 인천 최초의 양조장을, 인천 최초의 영화관을 시민의 힘으로 지켜내자는 움직임과 참여를 이끌어 냈습니다. 시민 스스로가 역사인식을 고양하고 자각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우리가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은 “무엇을 지켜, 무엇을 기억하려 하는가”입니다. 무조건적인 보존도, 무조건적인 개발도 역사의 진보를 가로막는 걸림돌이기 때문입니다.

<인천게릴라뉴스>에서는 지난해 ‘인천인물열전’을 연재하며, 우리나라의 첫 내각제 수반을 지낸 운석 장면 총리와 대한민국 진보정치의 처음을 연 죽산 조봉암 선생에 대해 취재한 바 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안타까웠던 점은 인천 출신인 그들의 흔적을 정작 인천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었습니다.

동구 화평동에 위치한 장면 총리의 생가에는 그 흔한 표지석 하나 없이 건물 한 귀퉁이에 박힌 머릿돌만이 여기서 태어난 인물을 증거했고, 정작 그의 흔적은 외가가 있던 서울 종로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강화 출신으로 일생을 조국 독립과 민주화를 위해 바친 조봉암 선생의 무덤은 서울 망우리 공동묘지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정치적 입장과 인물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그들은 인천에서 태어나 대한민국 현대사를 이끈 인물들이었습니다. 인천은 그들을, 그들이 살아낸 역사를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인천은 그들을, 그들의 시간을 기억해야 하고, 그들이 살아낸 역사를 지켜냈어야만 합니다. 그러지 못한 아쉬움은 취재과정 내내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그래서 최근 보존 논의가 한창인 인천최초의 영화관 ‘애관극장’을 가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인천최초의 영화관’은 없었습니다. 내면은 물론 겉모습도 처음의 그 모습은 없었습니다. 수차에 걸쳐 리모델링이 진행된 극장 어디에서도 ‘역사’를 볼 수 없었습니다. 단지, 처음 그 자리에서, 그 이름으로 있을 뿐이었습니다.

장면·조봉암 선생의 생가와 무덤, 안팎이 모두 바뀌어 버려 이제는 역사의 모습을 찾을 수 없는 ‘최초의 영화관’. 과연 우리가 지켜내고 보존해야만 할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지키고 보존해야 할 것은 ‘최초’라는 명분이 아니라 ‘인천의 정신, 인천의 역사, 인천의 모습’입니다. 그것은 가치에 대한 전문적이고 냉철한 평가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공동체의 합의 속에서 결정되고 추진되어야 합니다. 이는 역사라는 것이 모두가 인정한 공동체의 기억이기 때문입니다. 누구의 사리사욕도 침범해서는 안 되며 ‘역사’ 그 자체로써 보존되고 이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보존을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을 요구하기에 과연 보존하는 것이 해체보다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있어야 합니다.

1995년 8월 15일 광복 50주년을 맞아 조선총독부 건물이 폭파 철거될 당시 많은 이들이 역사적 건물을 해체하는 것에 대해 우려와 반발을 했습니다. 하지만, 친일역사 청산이라는 역사적 명제와 공익이 우선했습니다.

은둔의 나라 조선이 서구열강에 문을 연 인천에는 많은 근대건축물들이 존재합니다. 그것들의 당시 존재목적과 역사적 가치에 대한 면밀한 평가가 필요합니다. 그런 후에 보존할 것과 해체함으로써 민족정신을 지켜낼 것을 가려야 합니다.

아울러, 보존과 지역발전을 조화롭게 묶어낼 수 있는 지방정부 차원의 해법제시도 절실합니다.

어느 누구도 역사적 가치를 지닌 유물과 공간을 보존해 후대에 전하는 것을 반대하는 이는 없습니다. 다만, 그 과정이 얼마나 투명하고 정직하며 공적인가에 대한 문제 지적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기에 보존을 부르짖는 이들에게도, 개발을 외치는 이들에게도 묻습니다.

“당신들은 무엇을 지켜, 무엇을 기억하려 합니까? 진정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습니까?”

=인천게릴라뉴스 발행인 최도범 올림=

최도범 발행인  ingnews@ing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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